주식 계좌를 만들고 HTS를 처음 켰을 때 저는 30초 넘게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뭘 봐야 하지. 어디서 시작하지. 온갖 숫자와 그래프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결국 창을 끄고 네이버 검색창으로 넘어가서 "주식 차트 보는 법"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답답함의 정체가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주식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었습니다. 어떤 순서로 봐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입니다.
내가 헤맸던 이유 — 순서가 없었다
주변 지인들한테도 물어보고, 유튜브도 찾아보고, 커뮤니티도 뒤졌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누구는 이동평균선을 먼저 보라 하고, 누구는 RSI 같은 보조지표가 중요하다 하고, 누구는 조건 검색식으로 종목을 걸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보조지표가 뭔지 한번 둘러보다 나오고, 지지 저항이 뭔지 찾아보다 나오고, 조건 검색식 한번 만져보다 결국 포기하고 나오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막상 HTS를 켜놓고도 뭘 봐야 할지 몰라 결국 끄고 다른 걸 찾아 헤맨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모릅니다. 그 시간 동안 잃어버린 건 단순히 시간만이 아니었습니다. 감으로 매수했다가 손실이 나는 경험이 쌓였고, 그게 자신감을 갉아먹었습니다.
주식창을 보는 순서는 주린이에게 길잡이와 같은 내비게이션입니다. 목적지는 있는데 내비게이션 없이 처음 가는 길을 달리는 것과 같았던 겁니다.
기법보다 기본이 먼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에는 화려한 기법에 눈길이 갔습니다. 어떤 조건이면 무조건 오른다는 조건 검색식, 신기한 보조지표, 세력을 추적하는 특별한 방법 같은 것들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기막힌 기법이나 보조지표의 매력에 매료된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주식 기초가 안 되어 있다면 주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듭니다. 화려한 기법 위에 기초가 없으면 그 기법이 왜 통하는지, 왜 안 통하는지조차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이해 없이 따라 하는 기법은 결국 감정매매와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거래량, 거래대금, 추세, 이동평균선 같은 것들은 항상 모니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기본 정보들입니다. 그런데 이걸 그냥 지나치고 보조지표와 기법만 찾아 헤맵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 눈앞에 있는데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주식 초보를 위한 차트 보는 순서 6단계
제가 공부하면서 정리한 주식창 보는 순서입니다. 이 순서대로 보는 연습을 지금 저도 함께 시작하려 합니다.
거래량 → 거래대금 → 추세 → 이동평균선 → 지지·저항 → 캔들 확인
이 여섯 단계를 순서대로 확인하되, 거래량은 각 단계마다 함께 보면서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1단계. 거래량부터 확인한다
차트를 열면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주가가 아닙니다. 거래량입니다. 주가보다 거래량을 먼저 보는 습관이 주식창을 제대로 보는 첫걸음입니다.
차트 하단의 막대그래프가 거래량입니다. 최근 거래량이 평소에 비해 많은지 적은 지를 먼저 파악합니다. 최근 20일 평균 거래량과 비교해서 오늘 거래량이 어느 수준인지 감을 잡는 것이 시작입니다.
거래량이 평소보다 2배 이상 터진 날이 있다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거래량이 터지는 날은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호재인지 악 재인지에 따라 이후 주가 방향이 달라집니다.
거래량 없이 주가만 오르는 종목은 일단 의심하고 봅니다. 살 사람이 많지 않은데 가격이 오른다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 수 있습니다.
2단계. 거래대금을 확인한다
거래량을 봤으면 바로 거래대금을 함께 확인합니다. 거래량은 몇 주가 거래됐는지고, 거래대금은 실제로 얼마짜리 돈이 오갔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는 함께 봐야 의미가 있습니다.
거래량은 많아 보여도 거래대금이 작다면 소액 개인 투자자들끼리만 거래가 활발한 것입니다. 반면 거래대금이 크다면 기관이나 외국인 같은 큰 자금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동시에 크게 늘어난 날은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그날 그 종목에 진짜 큰 자금이 들어왔다는 강한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3단계. 추세를 파악한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확인했으면 이제 이 종목의 전체적인 방향을 봅니다. 차트 기간을 넓혀서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치를 펼쳐놓고 큰 흐름을 먼저 파악합니다.
지금 이 종목이 전반적으로 올라가고 있는지, 내려가고 있는지, 아니면 옆으로 횡보하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상승 추세라면 저점과 고점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패턴이 보입니다. 하락 추세라면 저점과 고점이 계속해서 낮아집니다. 횡보라면 일정 범위 안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하락 추세 중에 하루 반등했다고 매수하는 실수를 초보들이 자주 합니다. 큰 추세를 먼저 보는 습관이 이 실수를 줄여줍니다. 아무리 오늘 좋아 보여도 큰 흐름이 하락이라면 신중해야 합니다.
4단계. 이동평균선으로 추세를 확인한다
추세를 눈으로 파악했으면 이동평균선으로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이동평균선은 일정 기간 주가의 평균을 선으로 이어놓은 것으로 추세를 숫자로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초보라면 세 가지 선만 먼저 익혀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5일선은 최근 5 거래일의 평균 가격으로 단기 흐름을 보여줍니다. 20일선은 한 달치 평균 가격으로 중기 흐름의 기준이 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20일선을 지지선과 저항선의 기준으로 활용합니다. 60일선은 석 달치 평균 가격으로 장기 흐름을 보여줍니다.
세 선의 배열도 중요합니다. 5일선이 20일선 위에, 20일선이 60일선 위에 있는 정배열이라면 상승 흐름이 강한 상태입니다. 반대인 역배열이라면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주가가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오는 순간도 주목할 포인트입니다. 특히 거래량이 실리면서 이동평균선을 돌파하는 경우라면 강한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5단계. 지지와 저항 구간을 찾는다
이동평균선으로 추세를 파악했으면 다음은 지지와 저항 구간입니다.
지지 구간은 주가가 내려올 때마다 반등했던 가격대입니다. 같은 가격에서 여러 번 반등이 나왔다면 그 가격이 지지선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그 가격을 싸다고 느끼고 매수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지지가 됩니다.
저항 구간은 주가가 올라갈 때마다 막혔던 가격대입니다. 같은 가격에서 여러 번 하락이 나왔다면 그 가격이 저항선입니다. 매수하려 한다면 지지선 근처에서 매수하고 저항선을 목표로 잡는 것이 기본적인 접근입니다.
지지와 저항을 찾으려면 차트 기간을 넓게 펼쳐서 과거 고점과 저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3단계에서 추세를 볼 때 차트를 충분히 넓혀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6단계. 캔들 모양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개별 캔들 모양을 봅니다. 캔들 하나하나가 그날 하루 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 결과입니다.
초보가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기본 캔들 패턴은 이렇습니다.
장대양봉은 그날 강한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거래량이 함께 터졌다면 강한 상승 신호로 봅니다. 아래 꼬리가 긴 캔들은 장중에 많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것으로 하락을 매수세가 막아냈다는 긍정적 신호입니다. 위 꼬리가 긴 캔들은 장중에 많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 것으로 고점 근처에서 나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캔들을 볼 때도 거래량을 함께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장대양봉이라도 거래량이 없으면 신뢰도가 낮고, 작은 양봉이라도 거래량이 크게 실렸다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트 보는 순서 한눈에 정리
거래량 확인 → 거래대금 확인 → 추세 파악 → 이동평균선 확인 → 지지·저항 구간 확인 → 캔들 모양 확인. 이 여섯 단계를 순서대로 반복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 종목 보는 데 10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5분, 3분으로 줄어들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됩니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거래량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잃지 마세요. 추세를 볼 때도, 이동평균선을 볼 때도, 캔들을 볼 때도 거래량이 그 움직임을 뒷받침하는지 반드시 함께 확인합니다.
마치며 — 순서가 생기면 모니터 앞에서 멍하지 않다
HTS를 켜놓고 30초 동안 모니터만 바라보다 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답답함의 정체는 정보 부족이 아니었습니다. 순서가 없었던 것입니다.
차트를 보는 순서를 정해두면 HTS를 켜는 순간부터 손이 움직입니다. 거래량부터 본다. 거래대금 확인한다. 추세 파악한다. 이 루틴이 생기면 감정이 개입할 틈이 줄어들고 데이터를 보는 눈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완벽한 분석이 목표가 아닙니다. 매번 같은 순서로 차트를 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와 같은 주린이 분들, 오늘부터 거래량부터 시작하는 루틴을 함께 만들어가 보시죠.
※ 이 글은 개인적인 공부 내용을 정리한 글이며,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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